조소이론

공공미술

Author
sculpture
Date
2016-08-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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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박삼철 - ACS 소장

1. 시작하면서

2.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공공미술의 범위와 개요

3. 문 밖에 있는 모든 예술은 공공적인가? 공공미술의 역할과 기능

4.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어떠한가?


1.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공공미술(Public Art)'이라는 말이 '환경조형물', '미술장식품'이란 말과 뒤섞여 쓰이면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여태껏 공공미술의 '공공 (publicness)'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전시장 바깥으로 외출나온 '미술(art)'의 자질에 대한 논의나 비평이 정식으로 시도된 적이 없다. 하지만 미술이 누려온 누천년(累千年)의 '흠모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권위에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의 상표인 '공공성', '공익성'이란 날개를 단 공공미술은 막연히 좋은 것이란 인식을 전파하며 우리 사회로부터 연간 3백15억원(1997년 기준,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조사)에 이르는 생활비를 받으며 전시장 속에 갇혀있던 미술의 영역을 사회 곳곳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런 현상의 도화선은 1988년 열렸던 서울올림픽이었다. 올림픽을 위한 '환경미화' 차원에서 1% 프로그램(1% Program), 1% 정책(1% Policy) 등 외국의 공공미술 사례를 응용한 이른바 1%법-정식명칭은 문화예술진흥법 제3장 11조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으로 규정되어 있다-을 제정함으로써 미술을 전통적인 미술의 장이었던 화랑, 미술관 밖으로 방목시킨 것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여전히 미술비평이나 이론에서는 공공미술은 '공공' 뿐만 아니라 전시장 밖의 '미술'을 도외시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공공미술의 담론이 활성화된 것이 최근의 일이지만, 우리는 공공도 잡고 미술도 잡는다는, 비판적 관심과 전략보다는 '좋은게 좋다'는 식의 막연한 낙관주의에 치우쳐 공공미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너무 게을리 해왔다. 년간 3백억원이 투자된다, 공공미술이란 이름으로 년간 300여점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하는 규모의 관심을 차치하더라도, 공공미술은 미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브리지이며 이 브리지의 역할에 따라 공공성의 성패는 물론,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미술은 사회 어떤 장르나 영역보다도 적극적인 역할로 도시의 시각적 환경에 개입해 미술과 도시, 도시인의 관계를 전에 없이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비평적 관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지점에 와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붐을 몰고 등장한 공공미술의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공공미술이 '공공장소(Public Space)에 있는 미술'이냐 수용적 측면에서 '일반 공중(the Public)과 소통하는 미술이냐'하는 기초적인 논의 마저 찾기란 쉽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외국의 논의를 참고로 해 공공미술의 발생 배경과 흐름, 그리고 삶과 도시에 개입해 공용공간과 일반 대중의 창의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가능성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2.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공공미술의 범위와 개요

◎ 공공미술의 근거: 1% 정책(1% Policy)

공공미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이후 도시 중심부나 정부단체 건물, 광장, 공원, 학교, 병원, 역사, 주택 외벽 등에 현대미술이 설치되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19세기에 기념 동상과 기념 조형물이 붐을 이루었듯이 다채로운 미술이 다양한 공간 속에 개입했다. 영국의 공공미술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데, 개인과 일반기업에 의한 사례보다 3배나 많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도 대부분이 공공기관에 의해 위촉된다. 이에 비해 공공미술의 개념을 늦게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공공미술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법을 제정하고 공공기관보다는 민간에게 법의 준수를 강요하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눈여겨볼 만 하다.(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활발한 공공미술로 인해 국가의 이데올로기,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한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이지만, 그런 미술의 왜곡된 쓰임새 논란 이전에 우리의 1%법은 공공미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사회적 필요나 이에 대한 합의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공공기관의 1%정책 운영의 근거로는 크게 ▶첫째, 1930년대 경제공황기의 공공미술 정책처럼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경우 ▶둘째, 미술이 도시의 시각환경을 개선시켜 그 도시의 수입(관광객 유치, 기업유치)을 올리는데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따르는 경우 (Trickle-down Effect) ▶셋째, 국가나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반대로 국가를 지원기업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해 그 사회단위 내의 사회적 갈등을 포장하는 경우 등이다. 두번째의 좋은 예는 막대한 비용의 문화예술을 통해 그 도시를 세계문화지도에 등재하려는 경우이며, 세번째 경우는 기념조형, 기념비나 기업의 기부에 의해 설치, 운영되는 대형 아트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뒤의 두 경우가 압도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최근 공공미술의 현실이다.

◎ 공공미술에 대한 정의: 30여년의 짧은 역사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영국인 존 윌렛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렛은 기존 전시장 미술에 대한 호감을 전시장 바깥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공공미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의도로 이 말을 사용했 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주변 공공미술의 문제를 곱씹어보게 한다. 그는 "미술은 자신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 매니저, 화상, 큐레이터, 평론가, 컬렉터 등 소수의 전문가들이 미술을 향유하고 그런 향유가 일반 대중의 미감을 대변하는 것처럼 만들어 소수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그래서 윌렛은 일반인들과 화하고 그들의 정서에 개입하는 미술개념으로 '공공미술'을 고안한 것이다. 윌렛이 공공미술의 개념을 만들 때가 바로 1968년 프랑스 파리의 '68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고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공동체적 가치를 찾는 노력이 모색되었던 점을 윌렛의 사상과 연계시켜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건축계에서 설계가가 아니라 사용자를 중심에 놓는 액션 플래닝 Action Planning,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에 놓는 의료개념 People-centered medicine 등도 공공미술의 '공공성'이 사회 영역별로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공미술과 더불어 '장소 지정형 미술 Site-Specific Art'란 용어도 함께 사용되며, 지정된 장소의 설치미술이나 장소 자체를 위한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 조나단 보롭스 키Jonathan Borofsky의 「망치질하는 남자Hammering Man」나 헨리 무어Henry Moore의 몇몇 작품은 복수로 제작되어 1곳 이상의 장소에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 1998년 영국 데리에 설치된 안토니 고음리의 조각 「철인들」을 포함해 이런 경우는 차라리 '장소 미지정형 미술 Site-general Art'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며 갈수록 장소지정형 미술이 공공미술의 적합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소에 결합하는 예술이란 뜻으로 '온사이트 아트(On-Site Art)'라는 용어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공미술의 다양한 시도를 담는 다양한 용어에도 불구하고 용어와 관련된 핵심적 논의는 공공미술의 정의 문제이다. 여기서 전통적인 공공미술과 새로운 공공미술(a new genre public art)의 구분이 만들어진다.
전통적인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장소(Public Sapce)와 관련해 작품을 만들고 소통한다면, 새로운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 보지않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하며 그런 의미 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 등을 제안한다. 공간에 대한 두가지 입장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한 점도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넓게 해준다. 미국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공간 이용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도시 공간의 의미가 물리적인지 사회적인지를 규명한 조사가 있었다. 이 조사에서 남성은 대로로 열려진 개방지를 좋아하고 여성에 비해 넓은 공간을 사용하며 사람들이 붐비는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여성은 사적인 교류가 가능한 은밀한 곳을 좋아하면서 남성과 반대의 성향을 보였다. 즉 남성는 앞마당(Frontyard) 취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뒷마당(Backyard) 취향을 보이는 것이다. 동일한 물리적 조건을 가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적, 가부장적으로 꾸며진 도시공간에 대해 불편해한다는 점에서 공간은 사회적이라는 주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사실에 빗대어 여성전위그룹 <게릴라 거얼즈>는 "미술관에 들 어가려면 여자는 모두 옷을 벗어야 하는가?"라는 대형 빌보드작업을 뉴욕에서 펼쳤다. 남성은 의사, 화가가 되는 반면 여성은 간호사, 누드모델이 되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을 무시하고 사회의 조건을 물리적으로만 생각하는 사회에 대해 <게릴라 거얼즈>는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 이면에 담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복원시켜 공간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공박한 것이다.

공간에 대한 두가지 시각의 대결은 현대조각의 대표적 작가인 리차드 세라가 뉴욕 번화가에 설치했던 작품 「비스듬한 호 Tilted Arc」를 철거시키는데까지 이어졌다. 전통적인 공공미술은 물리적 공간에 미술적 오브제를 설치, 전시하는 개념을 중시했지만, 새로운 공공미술은 이를 공간에 대한 폭력, 일반인들에게 대한 미술의 부과 (imposition)와 강요, 가부장적 미술 권위-일상생활의 위계질서(미술가는 일반인 위에, 미술은 생활 위에 군림한다)의 확인 등의 논란을 거쳤는데, 결국 거장의 작품이 철거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공공미술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후 공공미술의 공공개념을 장소적 개념(public space) 보다는 대중(the public)과 환경, 공간의 Publicness로 보는 시각을 넓혔다. 즉, 공공미술이 이전까지 작가 중심, 설치자 중심의 권위로 정당화 되었으나, 이후 보는 사람, 공간, 환경 등 수용(Reception) 중심에서 그 의미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98년 말에 있었다. 한 국가기관에 설치되어있던 상징조형물이 청사의 주입구에서 잘 안보이는 곳으로 "철거"당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에서 수용(Reception) 문제로 철거된 최초의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사례가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신문의 가십꺼리로 언급 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미술가들은 애써 작품 을 만들어 거리로 가져나오는 반면 일반인들은 "왜 비싼 돈 주고 그런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나?" "차라지 그 돈으로 나무나 많이 심지"하는 괴리를 극복할 수 없다. 사실 우리의 공공미술은 환경조형물이 아니라 "환경공해물", 공공미술이 아니라 "공공공해"라는 악평을 들어온 지도 오래다. 이런 이유로 공공성에 대한 논의, 전시장 바깥에 나온 미술의 역할과 필요조건 등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아니, 진정으로 "거리의 미술관"의 역할을 하고 사회와 미술의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 공공미술에 대한 반성과 사회적 감시, 비판이 더욱 절실하다고 해야겠다.

◎ 공공미술의 형식: 전통적인 공공미술(조각 등)과 새로운 공공미술

공공미술이 설치되는 대부분의 장소는 도시이고, 그 형식은 조각, 벽화, 스트리트 퍼니처 -이 세가지가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공공미술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포장작업 (paving),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요즘 들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념 조형물의 형태를 뒤집어 놓거나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공공영역에 개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제니 홀저Jenny Holtzer의 전자게시판 문자작업,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광고판 작업, 건축물에다 문명비판에 대한 영상을 우디츠코Krzysztof Wodiczko의 프로젝션 작업 등은 사회적 비판과 미술의 형식미가 절묘하게 만나 공공미술의 영역을 넓힌 경우이다. 볼륨, 덩어리 위주의 전통적인 공공미술과 달리 이들 작업은 일시적으로 진행된 후 철거된다는 점이 구별되는데, "나의 작품은 프로젝터의 스위치가 끝날 때부터 관람객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는 우디츠코의 말처럼 매체를 이용한 요즘 공공미술은 미술적 오브제로서의 역할 보다는 미술을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각성을 이끄는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 대한 창의적 개입"이란 공공미술의 새로운 개념을 설정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접근과 쌍방향 소통형 전자기술의 발달로 공공미술의 범주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즉 요즘의 공공미술은 미술적 재능 못지 않게 주변 사람의 창의력과 정치적 상상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중요시하며, 이런 태도는 미술 시장과 미술 단체가 미술을 상품화해온 관행에 대한 대응, 자족적인 환원주의의 모더 니즘 미학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3. 문 밖에 있는 모든 예술은 공공적인가? 공공미술의 역할과 기능

이처럼 다양한 카테고리를 가진 공공미술은 자연스럽게 "문 밖에 있는 모든 미술은 공공미술인가?"하는 심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흥미로운 조사가 미국에서 진행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공원들이 미술작품으로 치장을 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시설계가 윌리엄 H. 와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원을 조사해 1등상 을 뉴욕의 소형공원 팔리 파크Paley Park, 그린에이커 파크Greenacre Park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 두 공원 모두 미술작품이 하나도 없어 미술계를 움츠리게 만든다. 움직일 수 있는 의자, 벽천, 나무 등 3가지가 공원 구성요소의 전부이다. 이런 사실은 "모든 미술은 공공적인가?", "공공미술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는 우리 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거리의 왠만한 건물은 그 입구에 조각-문패조각, 껌딱지 조각이라고 불린다-이나 로비에 회화를 갖추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당 평균 공공미술 구입 비가 1억원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공공미술일까? 4년전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한 미술잡지가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현황을 조사해 공공미술 특집을 게재한 적이 있다. 광화문 4거리의 한 건물의 공공미술도 뽑혔는데, 불행하게도 그 건물이 애써 구한 유명작가의 문패조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이 아니라 건물의 환풍구가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이런 해프닝은 과연 공공미술은 어떠해야 하며, 어떤 기능을 펼칠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만든다.

공공미술의 기능은 크게 장식(the new Decorative)과 개입(the Participatory)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식은 건축물을 만들 때 미술을 도입해 미술적 장식효과를 높였던 유럽 건축물 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번안한 것일 것이다. 의자, 휴지통, 가로등 등 이른바 스트리트 퍼니처가 대표적이며 도시시각환경에 미술을 디자인적 개념으로 초청하는 사례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 이전의 장식미술과 '새로운 장식'이 구분되는 점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다기능적(Multi-functional) 장식을 미술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이다. 창작의 목표를 사용자 중심에 두고(audience-centered) 미술의 쓰임새를 사람과 공간의 정서를 어루만지면서도 기능(의자, 방향지시, 시계 등)을 수행하는데까지 확장한다.

개입은 미술작품을 단순히 미적 오브제로서의 제한된 기능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비판과 미술적 비전제시의 적극적인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경우다. 에이즈 문제로 촉발 된 AIDS 미술을 비롯해 최근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은 모두 개입을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개입은 미술을 사회에 개입시킨다는 의미 말고도 작품의 제작과정을 작품의 완결된 결과 못지않게 중요시하고 그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참여를 매우 중요시 한다. 즉 일상생활 공간과 일상적 이슈에 대한 창의적 개입과 관람객의 소통적 참여를 공공미술의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개념은 미술이 사회를 어떻게 만나고 사회에 대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 하는 고민의 결과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공미술은 건축의 액션 플래닝, People-Centered Medicine과 같은 개념의 미술행위이다. 미술이, 건축이, 의학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고민에 따라 전통적인 건축, 미술, 의학 개념을 떨쳐내고 새로운 모습을 찾은 것이다. 사회적인 단어로 얘기하자면 참여 민주주의가 미술, 건축, 의학적으로 적용된 것이 공공미술, 액션 플래닝, People-centered Medicine인 것이다. 우리 사회단체의 하나인 참여연대가 1998년 소액주주 소송으로 재벌 총수들을 혼낸 적이 있다. 시민사회로 갈 수 있는냐 마느냐 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되었던 이 사건의 본질은, 시민이 현대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냐 하는 역할설정(일종의 Positioning)과 관계설정(일종의 Zoning)의 참여민주주의적 설정에 있다. 참여민주주의의 미술적 적용인 공공미술에게 요구되는 기능은 미술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 하는 역할과 포지션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능'과 '개입'은 그런 역할과 포지션의 구체적 모습인 것이다.



4.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경우 거의다 전통적인 장식 범주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장식, 개입의 개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전통미술을 살펴보면 오히려 현대보다도 더 공공적인 공공미술이 무궁무진하다. 명당구라는 개념이 있다. 동네입구엔 오늘날의 관주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 송덕비같은 기념비가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장승, 솟대(종교미술)가 동네사람 을 맞고, 일종의 참여미술작품인 성황당의 돌탑이 있다. 그 뒤를 다리와 시냇물(환경미술), 가로수(조경)가 이어지고, 타작마당과 정자나무(광장)가 다가온다. 집들(삶)이 그 뒤로 펼쳐진다. 이처럼 우리 삶의 원형은 공간 속에서 자연, 인간, 문화를 모두 체험하고, 요즘 공공미술과는 전혀 다른, 서양의 '새로운 장식', '참여'보다 더욱 장식적이고 참여적 인 형태가 있었다. 고궁이나 옛 민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마의 어처구니, 돌다리의 벽사상징물, 담의 조형 모두 미술이면서 생활과 생활하는 사람을 따듯하게 어루만지는 Multi-function을 펼쳤다.

전시상미술의 문제점도 마찬가지지만 요즘 공공미술은 "나는 미술이다", "나는 유명작가다", "나를 모르면 문화인이 아니다. 무식하다"는 미술적 권위의 부과 (imposition)로 정당성을 찾으며 관람객들을, 도시의 바쁜 생활인들을 주눅들게 한다. 옛 미술의 소통(Reception)을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거리에서 매우 흥미로운 미술을 만날 수 있다. 길거리에 덕수궁 주변을 유적을 도판으로 새겨 길거리에 박아놓았다. 우리 공공미술은 크고 돈많이 들어간 것이 좋은 것인양 전파되고 있는데, 이 길거리 작품[일종의 paving art로 부를 수 있다]은 그런 왜곡된 인식에 반란을 일으키며 작고 하찮지만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고려하고 (Reception), 거대한 미술화법(grand narrative) 보다는 지역의 역사, 지역민의 역사를 새기는 화법(local narrative)로 지역을 되살리고 지나는 사람의 기억과 정서를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성공을 내재했다고 본다. 미술이 미술을 강요하기 보다는 이용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기억과 비전을 일깨운다는 것은 미술과 일반인의 관계, 즉 작품에 대한 공유(Public Ownership)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뛰어난 공공미술의 전통을 되살리고 덕수궁 돌담길의 작은 페이빙 아트처럼 공공 미술의 본질적 매력을 겨냥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서울 도심을 거니는 것이 정말로 "거리의 미술관"을 탐험하는 것 같은 날이 오기를 함께 고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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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각 public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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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재료 일반 Materials for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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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조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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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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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地.現場작업 (대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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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기불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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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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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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